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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 도시에 없는 사람이에요"
    인구 300만에 육박하는 광역시의 시장, 황선호의 보스는 "쩗지는 않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떠남을 승인, 혹은 종용했다. 시장의 뇌물 스캔들을 둘러싼 모든 과오를 뒤집어쓰고 잠적, 실종될 역할이 황선호의 역할. 5개월 29일 뒤의 광역시장 재선이 있기 전까지 그는 '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한'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기로 했다. 식민 지배, 군부 쿠데타, 종교 갈등, 난민, 뜨거운 기후 등을 이유로 교민조차 없는 곳이다. 왜 하필 나일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이국의 이방인이 되어 햇볕 아래로 숨어든다.

    "그런데 왜 그여야 했을까?"(28쪽)라는 질문을 붙잡고 황선호는 배회한다. 왜 "하늘빛이 투명하고 태양빛이 순수"하다는 보보를 묘사한 문장은 그에게 다가왔을까? 전작인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부터 연작 소설 <사랑이 한 일>까지, 필멸과 필연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이승우의 소설이 고독하고 낯선 공간에서 그 질문을 이어간다. 외부인은 두통을 겪고, 비자를 받아야 하고, 수용소에 머물러야 한다. 검은색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우리가 이 땅의 내부인인 것은 필연일까? 외부인에 대한 경계는 정당한가? 오래 닫혀있던 국경이 조금씩 열리는 지금, 이국을 상상하는 일은 지금 이 자리를 들여다보는 것이 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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