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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이렇게나 생소한 말이었을까. 흔한 말이지만 막상 누군가를 용서해본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니 나를 용서한 일은 너무나 많았다. 잘못한 일이 많기도 하지만, 대개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럴 만한 일이었고, 사람인데 실수와 잘못도 할 수 있는 거지 싶었다. 그렇다. 다른 이를 용서해본 일이 떠오르지 않았던 건, 특별히 용서할 만한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나를 용서할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가족의 죽음이나 신체적, 정신적 폭력 등 떠올리기도 괴로울, 그리하여 잊은 채 살아갈 수도 없을 고통을 겪은 이들이 왜 복수 대신 용서를 택했는지, 어떻게 용서의 과정을 밟았는지 고백하는 글을 차곡차곡 포개어 전한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용서의 고백은 각기 다른 상황과 방향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용서란 그 행동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내재한 불완전성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데에 모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는 용서했다가 오늘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는 용서를 했는데 함께 피해를 당한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나를 배신자라 부르기도 하고,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수십 년 동안 용서하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밝혀진 가해자 때문의 그간의 용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이 불완정성을 확인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과정 역시 용서일 터, 갇힌 용서, 완결된 용서에서 벗어나 나를 용서하듯 시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용서의 무게를 가벼이 여겨 하는 말은 아니다. 작고 가벼운 용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건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