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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그 여자는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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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순 추천, 마땅한 분노가 마침내 도착했다"
    마야 리 랑그바드는 덴마크 국적을 지닌, 레즈비언인 한국계 시인이다.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서울에 거주하며 친가족을 만나고 입양인 집단에서 활동했다.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게 부끄러워'(63쪽) 자신들의 일터를 보이지 않는 친부모. 형부에게 여자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여자의 언니들. (94쪽) "친모는 언니가 네 명이나 되기 때문에 언니들보다 여자 한 명이 희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83쪽)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수출품이었기에 여자는 화가 난다. (18쪽)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한 시인에게 김혜순은 '그 여자는 화가 난다'라는 한국어 제목을 권했다. (원제는 그녀는 화난다 정도로 번역된다고 한다.) 짙은 붉은색 박으로 새겨진 덴마크어 VRED(영어로는 angry라고 한다.)를 검색해 발음을 들어보았다. '브르드'에 가까울 낯선 발음이 흘러간다. 이 낯선 발음을 먼 땅에서 반복했을 한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녀는 한 권의 책에서 1554번이나 화가 난다는 문장을 사용한다. 한번 입양을 결정한 어머니에게는 입양철회권이 없다는 사실, 해외입양을 취소하려면 2백만 원을 지불해야 (79쪽)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화가 난다. 그는 이렇게 아이를 수출하고 돈을 버는, 산업으로서의 국가 간 입양에 대해 고발한다.

    한 인간은 무수한 것의 총체. 레즈비언인 그녀는 '입양권을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는 동성애자 연합에 화가 난다. (25쪽) 한편 그녀는 자신의 연인 아스트리가 그린란드에서 아이를 입양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이는 미국 원주민 문화 말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화가 난다. (92쪽) 피해와 가해가 교차하는 세계의 구조를,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낱낱이 까발리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가부장제와 젠더와 국가의 구조를 교차하며 이어지는 분노, 재가 남은 이 자리에서 '바로 지금'(322쪽)이 시작된다.
    - 시 MD 김효선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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