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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룡은 "오래 주렸다"는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병'이라는 장에서, 우리는 1901년 태어나 1932년 생을 마감한 이 여성의 삶이 경각에 달했음을 이미 알아채게 된다. 최초로 '고공 농성'을 한 여성 노동자 강주룡. 그는 왜 을밀대 지붕에 오르게 됐을까.
어린 남편과 함께 독립군 부대에 들어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고, 남편을 잃게 되는 인생의 전반부. 도망치듯 간 평양에서 '모단 껄'을 꿈꾸며 노동자로서 조합에 참여하고 을밀대 지붕에 오른 인생의 후반부. "극장 구경도 하고. 저 커피에도 맛을 들이고. 양장도 맞춰보고. 빼딱구두에 실크 스타킹이니 하는 것도 신어보고. 고무 냄새 나는 보리밥 먹어가며 내가 번 돈, 날 위해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쓴담."이라고 다짐하던 강주룡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을 되새기게 한다. 독립운동을 할 때도, 노동 운동을 할 때도 강주룡은 '목숨을 내걸고 외치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내는 빛, 그 뜨거움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아직 저기 사람이 있다고. 박민규, 심윤경, 장강명 등의 작가를 독자에게 소개해 온 한겨레문학상이 소개하는 젊은 작가 박서련이 첫 장편소설로 2018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