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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과오로 인해 죽어가는 세계를 다룬 작품들은 수없이 많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역시 그런 소설들 중 하나다. 이 소설 속에서 인류는 환경 오염과 돌이킬 수 없는 빈곤으로 인해 사멸해가는 중이다. 사멸하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이 소설은 스펙터클하지 않다. 스펙터클을 일종의 충격이라고 가정할 때, '죽어가는 속도'가 느리고 가벼운 <노래하던 새들..>은 충격량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휴고 상과 로커스 상을 함께 수상한 이 아름다운 SF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대신에 천천히 노래하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워하는 작은 마음들에 대한 노래들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 속에서 클론이라는 존재에 대한 윤리적 문제, 소규모 공동체의 정치적 특성, 과학기술의 중립성 등 여러 쟁점들을 만날 수 있지만, 이 쟁점들은 모두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케이트 윌헬름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누구를 싫어하고, 어떤 이들이 뭉치고 어떤 이들은 거기에 속하지 못했는가를 보여주는 과정 속에 과학과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꼼꼼히 준비해 놓았다. <노래하던 새들..>은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소설이지만, 그 질문들은 모두 사랑과 우정과 때로 규정짓기 어려운 '관계'들 속에서 펼쳐진다. 그러니 독자는 그저 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