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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을 이야기로 이해한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성에 대해 분석한 학자 조너선 갓셜은 "인간의 마음이 이야기의 공백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삶마저도 모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공백없는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그가 처한 상황과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저자 마리아 투마킨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과 대화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살 생존자, 마약 중독자, 나치 집단 수용소 생존자, 홈리스, 가정 폭력 피해자... 이들의 실제 상황은 모두 이들을 향한 통념과 다르다. 책이 진행되는 동안 통념을 배반하는 고유한 서사, 혹은 실상을 배반하는 통념의 사례가 반복해서 쌓인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한 가지의 진실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독창성은 이 진실을 이론으로 설명하거나 설명으로 설득하지 않고 말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에서 나온다. 에피소드들은 친절하게 나열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으며 투박하고 낯선 방식으로 서술된다.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일의 난망함을 글의 구조로 표현했다. 손쉬운 해석을 거칠게 거부하는 책, 그렇다면 우리는 읽기를 포기해야 할까? 투마킨이 말하는 불가능엔 체념이 뒤따르지 않는다. 영원한 실패가 약속된 도전을 기어코 시도하는 것, 연대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