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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도 지난 일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말이다. 법원의 판결까지 마무리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책은 사건의 고발자이자 피해자이자 여전히 이 사건을 부여잡고 한 걸음 나아가려 애쓰는 박창진 전 사무장(지금은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의 기록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말려 어떤 판단을 해야만 하는, 더불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온전히 감당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의 모순을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성실하게 일을 하면 즐거운 미래가 열릴 거라 기대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여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이 사건에 휘말렸고 목소리를 냈다. 파장은 컸고 그는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항로가 바뀌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더불어 누구든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힘으로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려는 이들에게 맞서고자 했다. 그 과정은 경영 정상화와 갑질 근절 시위로 이어졌고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노조 출범까지 이르렀다.
애초 그의 경로는 회항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새로운 항로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같은 항로는 아닐지라도, 다수가 삶의 항로에서 겪는 순간 아닐까. 그가 개척하는 '을의 비행'에 동승하여 "폭력으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고 존엄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나눠보기 바란다. "이 세상에 존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