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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의 쾌감과 저물어가는 인생의 회한을 동시에 포착한 걸작 시리즈, 북유럽 스릴러의 역사에 길이 남을 '형사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복지 국가의 명성으로는 덮을 수 없는 인간 본성의 추악한 측면과 지속적으로 마주해 온 형사 발란데르는 이미(시리즈는 이 뒤로도 많이 남아 있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다시피 한 상태다. 그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그때마다 마주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들, 악의 기원이라 할 수 있을 그 근본적인 상태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발란데르는 그 어둠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유능한 형사가 되었지만 그 능력은 동시에 그의 삶을 잠식해가고 있다.
헨닝 망켈은 범죄의 이면에 도사린 권력과 욕망의 왜곡된 장을 그려내는 데 누구보다 능한 작가다. 소설 속에서 이어지는 강력범죄는 왜곡된 세계의 표면일 뿐이다. <사이드 트랙>은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비참하고 어두운 세계를 그린다. 감동적인 프롤로그와 도입부에 등장하는 악의 뿌리는 영화의 몽타주 기법처럼 즉각 교차하면서 작품 전체에 전주곡처럼 슬픔을 드리운다. 이제 곧 살인이 벌어지고, 시간이 흘러 발란데르가 그 피의 흔적을 뒤쫓을 것이다. 이제 경악할 수도 없을 만큼 세상에 지쳐버린, 그래서 더 침착하고 단호하게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형사. 발란데르는 오래 기다릴지언정 서두르지 않는다. 이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듯 <사이드 트랙>이 보여주는 괴멸의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고통의 순간을 빛나는 선율에 실어 쏘아올려 더욱 큰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처럼. 아마 그 음악은 슈베르트의 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