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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간송미술관에 재직 중인 저자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회화 중 36점을 골라 보여준다. 간송이 갖고 있는 그림들이야 이미 명성이 높지만, 여기에 붙은 해설이 또 쉽고 편안해서 읽기 좋다. 저자는 각 작품에 얽힌 역사적인 사연이나 거기에 사용된 기법들을 소개하는데, 그 형식이 꼭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그림 별 매력에 따라 이런 주제 저런 주제를 바꾸어 보여준다. 이 그림을 볼 때는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를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콕 찝어주는 해설로, 마치 전시회를 보러 가서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알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이 책 안에 많이 들어 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심사정의 '삼일포'에 눈송이처럼 날리는 하얀 점들이 사실은 좀에 쓸린 자국이라는 걸 알고 나면 회화며 예술이며 아름다움이란 게 무엇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안고 그림을 다시 보면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 눈송이는 어디서 온 것인가, 아름다움에 있어 우연이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이렇듯 차분하지만 가벼운 저자의 발걸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도 읽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잦아들어 간다. 눈도 마음도 호강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