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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은 기록만으로도 문학이 된다. 윤동주는 용정에서 출생해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했다. 일본 유학 후 항일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젊은 시인의 짧고 또렷한 삶.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으로 남긴 31편의 아름다운 시. <책만 보는 바보>의 저자 안소영은 이덕무와 벗들의 마음 씀씀이를 들여다보던 그 솜씨로 젊은 시인 윤동주의 삶을 정성스럽게 소설로 옮긴다. 과장하지 않는 문체가 시인의 삶과 그의 시의 빛깔을 섬세하게 복원해내는 것 같다.
윤동주와 함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둔 고종 사촌 송몽규, 소학교 친구 문익환, 연희 전문 후배 정병욱 등 윤동주와 같이 일상을 공유하고 시대를 헤쳐 나갔던 청년들의 이야기 역시 감동을 선사한다. 용정에서 부르던 대로 민들레를 '문들레'라고 부르며 아름다운 것을 귀히 여기던 청년.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읽던 굳은 마음. 창씨개명을 하고, 도쿄 유학을 하며 '십자가'와 '참회록'을 마음에 새겼을 영혼. 소설에서 '시인 동주'의 모습이 더도 덜도 아닌 그 모습으로 정직하게 읽힌다. 절절한 슬픔과 좌절 속에서도 한 편의 서정시를 길어 올리던 청년 윤동주를 이 부끄러운 시대에 읽는 것은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