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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속 형사 해준의 책상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놓여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고 말하며 '헤어질 결심' 속 인물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장장 7년에 걸쳐 총 열 권으로 완간되었다. 그동안 각종 사건을 맞닥뜨린 마르틴 베크가 <테러리스트>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노리는 국제 암살 조직의 테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복지국가라는 환한 빛 속에 감춰진 스웨덴의 빈부 격차, 대규모 실업, 환경 오염, 급증하는 범죄와 마약 등 사회를 곪게 하는 깊은 어둠을 생생히 고발하면서도 치밀한 전개와 유머를 겸비해, 세계 36개국에서 1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여러 차례 영상화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현실의 사회상을 범죄소설 속에 녹이는 시도는 그 이전에는 드문 것이었기에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각권의 서문을 맡은 작가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1권 <로재나>를 "현대의 고전"이라 칭한 헨닝 망켈부터, "셰발과 발뢰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래서 자신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쓴 요 네스뵈, "이 시리즈는 스릴러로서도 탁월하지만 범죄소설을 사회적으로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고 쓴 리 차일드, "이 작품만큼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은 또 없다. 독자를 자리에 묶어두는 데 실패하는 대목이 없다."고 쓴 마이클 코널리를 비롯해 10권 <테러리스트>의 데니스 루헤인까지. 무수한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고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 호명해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이제 마음 놓고 정주행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