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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하늘 아래 산천초목이 우리를 부르는 봄이다. 만개한 조선의 봄을 그림 속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한 고미술계 스타 해설자 탁현규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조선 미술관'을 소개한다. 특별히 그가 주목한 것은 조선 후기의 풍경들이다. '조선의 산천과 의식주를 사실대로 담았던 17-18세기 그림을 통해(관습적으로 그리던 중국의 물소가 사실적인 우리의 황소로 제 얼굴을 찾은 것도 이 시기의 일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9쪽)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부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2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나누어 1부에선 조선 여염의 풍류와 흥취를, 2부에선 숙종과 영조가 '기로소'(왕은 60세가 되면 '기로소'에 들어가는 경사를 누렸다.)에 들어가는 잔칫날의 풍경을 들여다 본다.
신윤복의 <이부탐춘>에서 봄빛을 즐기는 과부를, 김희겸의 <야주취월>에서 저녁 뱃일을 마치고 취기가 적당히 올라 달빛을 감상하는 어부를 본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신선의 경지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 조선의 진면목은 이 평온한 얼굴 속에 있다. 정선, 김홍도, 신윤복 같은 화가들의 담백한 그림과 함께 태평성대 조선을 만날 수 있는 '조선 미술관'으로 입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