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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를 시작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박민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표백>의 장강명 등의 작가를 독자와 이어준 한겨레문학상이 20번째 수상작을 냈다. 첫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를 낸 신예 소설가 한은형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습관적인 거짓말을 내뱉는 열일곱 살, 겁 많은 ‘자살 수집가’의 1996년 여름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교실에서 남학생과 벌거벗은 채 커튼을 덮고 자다 발견된 후 스스로가 정박아임을 주장하는 반성문을 쓰다 자퇴한 소녀 하석. 책 읽기를 좋아하고 취미는 자살 수집. 거짓말주의자의자 회의주의자이다. 자기가 태어날 즈음 사라진 언니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진 집에서 거짓말로 견디며, 그는 죽어서라도 사랑이라는 걸 듬뿍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낡기 전에 사라지기 위해 겁이 많은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아 떠도는 자살 수집가의 시간. 그 여름, 거짓말,사라진 것들, 사라진 사람들, 사라진 시간들, 그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었던 나. 위악적인 소녀의 안쓰러운 자맥질이 애틋하게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