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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였다가 재벌가의 딸과 결혼하면서 그룹의 사내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스기무라 사부로. 소심한 성격이지만 판단력과 관찰력이 좋다. 미야베 미유키가 현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며 일본 현지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은 사부로가 7년 만에 돌아왔다. 그가 등장한 앞선 두 작품이 그랬듯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역시 사회적인 소재를 다룬다. 처음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인질 납치극으로 시작하지만 그 기원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미스터리는 범죄를 발생시키는 사회적 시스템의 헛점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면서 거기에 얽매인 사람들, 즉 결과적으로는 악인들에게도 연민을 보이곤 한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한때의 실수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여러 사람들과 그들을 거리낌없이 이용하는 천성적인 악인은 분명히 구별되고 있다. 인간 전반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보내는 미야베 미유키는 이 점 때문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사회파'적 완성도에는 다다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나, 반대로 수렁에 빠진 인간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은 긴박하고도 기묘한 납치극으로 시작한 슬픈 드라마이며 사회고발이고 엄연한 트릭이 존재하는 범죄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전성기 스타일이 어디 가지 않았음을 이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