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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조심스럽다. 이 문장은 함부로 발설되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어떤 결의 책을 읽는 사람인지 파악을 완료한 후에, 그가 나와 비슷한 류의 에세이를 즐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슬그머니 던져볼 수 있는 말이다. 내가 고려의 대상으로 올린 적도 없는 작가의 이름들을 줄줄 읊으며 반가운 동의를 구하는 표정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에세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방면으로 나아가는 글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 브라이언 딜런은 에세이가 무엇인지, 무엇까지 될 수 있는지, 걸출한 에세이스트들이 그들의 글에 무엇을 담아왔는지 말한다. 그는 에세이가 취하는 형식에 대하여, 잘 쓴 에세이들에 내재하는 원칙에 대하여, 그 자신이 사랑하는 에세이의 특징들에 대하여 쿨한 분석을 내어 놓는다. 롤랑 바르트와 수전 손택과 존 디디온을 오가는, 에세이에 관한 독특하고 흥미로운 에세이가 이어진다.
폄하되거나 오독되어 왔던 에세이라는 장르의 진가를 짚어내는 이 글들엔 어딘가 시원하고 통쾌하고 또 달달한 맛이 있다. 정확한 옹호, 뻔하지 않은 칭찬의 달달한 맛. 글쓰기에 관한 책은 잘 써야만 설득력이 있고 에세이에 관한 에세이 또한 마찬가지다. 어려운 주제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잘 살려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