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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사람의 삶일까 싶은 이야기를 만날 때가 있다. 그야말로 한 사람의 삶이지만 믿을 수 없을 만치 파란만장하기에, 한 사람의 삶이라 하기에는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흐름과 너무나 가깝게 맞닿아 있기에, 믿을 수 없을 딱 그만큼이나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외람되지만 이런 이야기를 쓰기에 황석영만큼 어울리는 작가를 찾기도 어렵지 싶다.
그는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남으로 내려와 한국전쟁을 겪은 후 젊은 시절 해병대에 들어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5.18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애썼고, 80년대 후반 방북을 했다가 망명 생활을 거쳐, 돌아온 나라에서 5년의 수감 생활을 겪었다. 그러한 와중에 시대의 모순과 갈등 그리고 이에 저항하거나 굴복하는 인간 군상을 글로 담아내는 데 매진했고, 덕분에 개인으로서의 삶뿐 아니라 작가로서, 당대인으로서 살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 시절과 세월이 바뀌어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어제를 돌아보고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게 된 오늘, 경계를 넘어 불꽃 속으로 들어간 그의 삶이 역시 한 편의 이야기처럼 도착했다. 숨가쁘게 읽히지만 후련하게 덮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