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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어." (83쪽)
휴머노이드에게 발각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한 소년도 철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는 인간이라는 것, 절대 기계가 아니라는 것, 뭔가 잘못됐다는 것...' (57쪽) 그 소년에게 돌아온 것은 참혹한 폭행이었다. 철이는 도주하고, 민과 선과 함께 다시 아빠를 만나 예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활극을 벌인다. 휴머노이드 제조사 연구소에서 일하는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 칸트와 갈릴레오와 데카르트, 세 마리의 고양이와 누리던 철이의 일상, 이전의 삶이 있다. 달리기의 기쁨을 알고 있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 존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소설가 김영하가 9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짧고 세련된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휴머노이드 액션 활극이라는 익숙한 장르의 외피보다 중요한 건 이 소설이 김영하의 소설이라는 점이다. 철이가 인간일지, 인간이 아닐지에 대해 질문하고 반전을 숨겨두는 건 김영하의 방식이 아니다.
2020년 모 플랫폼 구독자에게 공개되며 처음 독자를 만난 이 소설이 2022년까지 무르익는 동안, 우리는 팬데믹을 함께 경험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던 소설의 초고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이야기로 나아갔다. (자신이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우리 역시 언젠가 삶과 작별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16쪽) <작별인사>의 첫 장을 다시 읽는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저 검은 공간 너머에 우리의 이유가, 김영하의 현재적인 질문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