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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가 출간됐다. 같은 날 전설의 SF를 원작으로 한 영화 <듄>이 개봉했다. 10월 21일엔 누리호가 발사됐다. 바야흐로 우주적 시대. 빛나는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2년, 김초엽의 두 번째 소설집이 이 우주적 계절에 독자를 찾았다. 표제작이 없는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 '방금 떠나온' 이 세계는 과연 어디인지, 그러면서도 끝내 다른 세계를(세계의 회복을) 믿게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는다.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 살아있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세계의 재건을 시도하던 그 마음을 기억한다. (<지구 끝의 온실> 중)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 존재하지 않는 세 번째 팔의 고통을 느끼는 '트랜스휴먼'. 쌍둥이 언니 대신 살아남아 '몰입'(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제. "신에게서 그 답을 구하고자 했지만, 신은 한 번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오래된 협약>, 212쪽)다고 말하는 이들의 절망을 김초엽은 촘촘하게 서술하고, 독자는 소설이 설계한 시공을 넘나들며 그들의 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숨그림자>, 182쪽)는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세계의 가능성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 역시 분명히 전해진다.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뛰어나거나 가장 용이한 삶 대신 그저 나 자신의 삶을 선택한 <로라>의 이야기가 묻는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126쪽)
여름에 만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시작으로, 김초엽의 짧은 소설, 중편 소설도 2021년 중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김초엽이라는 세계의 확장을 환영하며,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