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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9쪽)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소설은 위와 같은 고백으로 시작된다. 1983년생인 여성 '나'의 몸 이야기가 1부를, 1959년생인 엄마 미복의 몸 이야기가 2부를, 나와 나의 친구들의 몸 이야기가 3부를 구성한다. 볼품없이 말라 놀림을 받던 나의 몸과 키도 크고 날씬한 여성으로 대상화되던 미성년자인 엄마의 몸. 그 다양한 몸의 다양한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권리가 교차한다. 욕망 당하지 않을 권리, 욕망할 권리, 욕망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것들.
이서수는 '나는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고 작가의 말에 덧붙였다. 쉬어가는 '나'의 삶의 과정을 두고 재충전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저는 충전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고 싶었습니다."(116쪽)라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고백한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하나로서, 이 고백이 더는 '실로 부끄러운 고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새해의 동을 고대하며 이 문제적 소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