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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이락이랄지, 출간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던 화제작이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을 경계한 프랑스의 좌우 진영이 결선에 진출한 이슬람박애당을 밀어주면서 전무후무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정교분리의 붕괴를 시작으로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프랑스 사회를 그려내는 우엘벡의 상상력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발상을 둘러싼 기조는 전형적인 우엘벡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이다. 누벨바그의 물결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난 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군상들이 등장했던 세기말의 프랑스 영화들, 특히 '나이 든 거장'들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전례없이 날카로운 비평가처럼 등장해 20세기 유럽의 욕망을 산산조각냈던 우엘벡은 그 박살난 폐허 위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사상가가 되기에는 의심과 걱정이 너무 많은 건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우엘벡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고 묻는 것 같다. 이렇게 망설이는 모습은 분명 소설의 구성 측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때 두려움 없이 20세기 문명의 우상들을 비웃었던 자가 어느새 나이든 채로 폐허 너머를 망연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노라면, 뭐랄까,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랄까, 메타 소설이랄까... 자기 자신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기도 하는 그는 정말로 자신의 소설 속 인물처럼 보인다. 저 너머에는 정말로 뭔가가 있을까. 복잡하고 쓸쓸한 심경으로 우엘벡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우엘벡이라는 소설의 다음 장이 될 또 한 편의 소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