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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발병, 그리고 11년간의 돌봄. 작가 린 틸먼은 이 짧은 문장에 담긴 실제 삶의 모습을 펼쳐 보여준다. 이성과 비이성을 오가는 어머니의 정신은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간병인은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거나 가족과 잘 맞지 않는다. 여러 의사들은 어머니의 병에 관해 명쾌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해주지 않으며, 이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저자는 박탈당한 자유와 가혹한 의무를 껴안고 괴로워한다.
책은 병든 부모를 돌보는 일에 수반되는 좌절, 분노, 짜증, 고통, 죄책감, 불안의 면면을 생생히 담고 있다. 작가의 말마따나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상황을 마주할 일이 없을 자녀들은 "행운아"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이며, 이에 해당 사항 없는 나머지들은 저자와 거의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하듯 겪을 수밖에 없으리라. 경험이 겹치는 독자에겐 삶의 독소를 일부 해방시킨 것 같은 위로를, 훗날 닮은 경험을 마주할 독자에겐 삶이 품은 필연적 아픔에 대한 미리보기를 제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