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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만세>라는 선언(!)을 할 정도로 소설에 진심인 소설가 정용준의 짧고 작은 이야기 책. 소설집의 제목으로 선택된 작품 <저스트 키딩>의 문제의식은 그야말로 시기적절하다. 비 내리는 새벽의 편의점. 점원은 카운터 저쪽의 사람들이 손님이 아닌 강도라는 '모자'의 말을 듣는다. '주머니에 뭐 있을 것 같아요? 칼, 아닐까?'(96쪽) 이 수상한 말을 믿어야 할까? 한차례 소동 후 점원은 '모자'에게 언젠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듣는 상황에 처한다. '한국은 이래서 안 돼. 몰래카메라잖아. 저스트 키딩. 외국처럼 여유 있게 웃고 넘기면 되는데.'(105쪽) 골목길에서, 쇼핑몰에서, 교회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들의 '수상함'을 경계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런 방식으로 내 삶에 겹쳐볼 수 있는 선택지를 내놓는다.
'소설을 쓰기 어려운 게 바로 그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괴상한 삶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203쪽) 이 문장처럼 소설은 불가능하기에 겸손해진다. 도저히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 알 수 없기에 이야기는 묵묵히 계속된다. 알 수 없어 읽는 사람들의 삶에 함께 놓이면 좋을 작은 이야기와 함께 밤을 맞이할 땐 이런 문장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야기를 소리 내어 두 번 읽고 눈을 감으세요. 이야기가 감은 눈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고요히 잠을 청하세요...' (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