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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당선, 합격, 계급> 소설과 르포를 넘나들며 사회를 비추는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 장강명의 SF.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는 학문 분야'인 STS의 문제의식을 적극 반영한 소설을 엮었다. 심훈문학대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과 일본의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인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일곱 편을 실었다.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증강현실 기술 '옵터'를 사용해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여지고 싶은 대로 출력값을 조정하는 세계에 대해 다룬다. 내가 원하지 않는 자가 대통령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대체역사의 세계를 살며 크루즈를 타고 국경선을 배회하는 세계가 있다면, 5년만 대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우주 개발의 위험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몸과 머리를 분리하는 세계(<당신은 뜨거운 별에>), '악의 평범함' 아이히만과 아우슈비츠 피해자의 경험을 '체험 기계'로 맞바꾸어 죄책감을 이식하는 세계(<알래스카의 아이히만>)는 어떨까. 타이타닉호를 관람하기 위해 심해를 여행하던 백만장자들이 사고를 당하고, AI 기술로 배우의 얼굴을 복제해 인건비를 줄여 드라마를 제작할 미래의 환경을 우려하며 배우 조합이 파업을 하는 시대이다. 소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창문이 없는 사무실에서 이 리뷰를 적는 나 역시 '옵터'를 사용해 내가 보고 싶어하는 푸른 하늘을 이 천장 너머로 보고 싶다. 그 세상의 명암을 장강명의 소설과 함께 미리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