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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산문집 <쓰는 기분> 등을 통해 시인으로, 에세이스트로, 쓰는 사람으로 활동한 박연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삶의 ‘찢어진 페이지’를 소설이란 장르로 복원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한 필연적인 이야기, 일곱 살 여름이 시작된다.
소녀의 이름은 여름. 그는 울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주 양육자는 고모, 아버지는 새 여자를 만나 철없이 산다. 이 철없음을 알아채는 일곱 살이라니. "일곱 살 때 나는 이미 지쳤다." (11쪽)라고 선언하는 이 소녀에게 "누가 널 꼬집는데 왜 가만히 있어?"(42쪽)라고 묻는 '루비'가 등장한다. 그 순간 여름의 귀에 '사랑이 움직이는 소리'(43쪽)가 들린다. 지구의 판과 판이 이동하듯, 꿈틀대며 움직이는 감정. 여름은 이제 그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붉게 박살난 과육이 내 영혼이었다."(56쪽) 이렇게 붕괴됨으로서 비로소 알아채는 첫 순간들이 떠오른다. 박연준은 감각적인 말로 '첫 순간'이 유성우처럼 쏟아지던 (박연준처럼 시와 소설을 함께 쓰는 임솔아가 남긴 추천글에 실린 비유) 유년의 날을 기록한다. '글쓰기가 바람처럼 일어나는' (188쪽) 순간들, 일곱 살 여름이 시가 되기까지, 그 모든 처음을 향해 바치는 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