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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문제지만 동성 부부가 아이를 가지면 논란이 되고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아이를 위한 제도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저출생을 걱정하는 긴박한 어조와 정치권에서 내놓는 대책의 간극은 너무 커서 자주 의아하다. 당장의 인구 절벽 앞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낳는 아이만 사회적 승인을 받을 수 있는 현실. 사회가 이미 정해둔 가족 구성에 개인은 그저 끼워 맞춰져 의도된 대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에 대해 김지혜 교수는 '가족각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은 가족각본의 현실과 문제를 살핀다. 한국 사회가 '며느리'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결혼과 출산의 절대공식은 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인지, '정상가족'이 아닌 가족 구성에 대한 염려에 숨겨진 성별 분업 관념과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에 숨겨진 국가권력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분석한다. 깨닫는 이에게만 오는 해방과 희망. 각본이 깨어져야 미래로 갈 수 있다. 저자의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이어 우리가 "온정적인 얼굴"로 행하는 "강력한 차별"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