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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자살자와, 수백 구의 시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일 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의 민낯과 비극을 똑똑히 목격하는 사람이다. 한때 자신의 삶을 놓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응급의학과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남궁인 저자는 <만약은 없다>를 통해 현장에서 버텨낸 시간들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여전히 지독한 하루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그는 필사적인 기록의 한 권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낸다.
그의 첫 산문집처럼, 이 책 역시 단숨에 읽어내기 힘들다. 무차별적인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모멸의 상황, 지속적인 학대로 전신 골절이 된 2개월 아기, 선천적 신경계 질환으로 고통스럽게 짧은 생을 살다간 '설희',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외과전문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까지.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기록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저자는 그런 비극 속에서 건져 올린 의사라는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다짐,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함께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