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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단절을 겪는 2년 동안 우리 속은 얼마나 탁해졌을까. 나는 올해 들어 일로 만난 사람과 꽤 긴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다기보단 이상하리만치 개운해서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이 만남이 2020년 코로나 창궐 이후로 처음 가진 낯선 타인과의 대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만남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지내다 보면 생각은 같은 곳을 맴돌다 오염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내가 나인 채로 고여서 상하지 않게 하는, 타인과의 만남이라는 마법에 대해 말한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 삶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핀다. 그리고 여러 예술가의 작품들이 어떤 만남을 통해 탄생한 것인지 그 흥미진진한 관계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저자가 이러한 진정한 만남을 보는 관점엔 일종의 신성함까지 배어있다. 타인에 대한 시니컬한 무관심이 익숙해져가는 시대에 저자의 진지한 태도는 잊고 살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우기에 적절하다. 마침 날 좋은 봄날,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미지의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