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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한 학기 동안 시 강의를 필수로 들어야 한다. 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함께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할 수 없는 이는 지도할 수 없다”는 게 첫째 이유다. 그런가 하면 경제학자는 일본의 단시 하이쿠에서 “적을수록 많고, 많을수록 좋다”는 경제학의 역설을 발견하고는 “경제학 이론들이 지나치게 허구적인 장치에 의존하는 반면, 시는 현실적인 것들을 다룬다”며 두 영역에 대한 선입견을 뒤짚는다.
시 전문지 <시(Poetry)>에서 오늘날 여전히 시를 읽는 사람들을 찾아 도대체 시를 어떻게 만나 지금까지 그 세계에서 머무르고 있는지 물었고,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이유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책에 실린 50개의 응답을 읽다 보면 결국 겹치는 교집합이 자연스레 드러나는데, 바로 '알 수 없음'이다. 이 상태를 이해하고 여지를 남겨두며 설핏 머뭇거리면서 주변을 서성이고 때로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아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하는 모습들. 익숙해서 반갑고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사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