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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만큼이나 긴 제목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오랜 준비 끝에 내놓았다.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제목과 이목구비 없는 연인의 묘한 표지 그림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책은, '시인 박준', '박준이라는 사람'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산문처럼 펼쳐 보인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이긴 하나, 마음 가는 대로 그 어딜 펴서 읽어도 무방하다.
시인은 지난 기억의 장면들을 하나둘 꺼내 차분한 호흡과 섬세하고 담백한 언어로 민낯과도 같은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해 들려준다. 그를 통과한 죽음, 가난, 관계, 사랑, 이별의 글들은 자주 울고 웃게 만들면서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시인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인과 같이 울고 나면 조금 힘이 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