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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집과 관련된 괴담에 매혹된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건축 도서를 기획하기도 하고, 주택 평면도를 보고 상상에 잠겨보기도 하다가 결국 집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게 된다. <호러 작가가 사는 집>이라는 장편소설 데뷔작을 발표하고 <화가>에서 <마가>로 이어지는 '집 시리즈'를 쓰는 호러 작가가 된 '나'에게는 자신이 겪은 기이한 일을 털어놓고 상담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렇다. 작중 화자 '나'는 미쓰다 신조와 거의 일치하기에,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의 이상한 경험담을 모은 이 책도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흐리며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결계가 쳐진 낯선 저택에 당도해 일곱 가지 금기 사항을 지키며 무시무시한 밤을 보내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 '은거의 집', 순진무구한 아이가 무의식중에 그린 그림 속에서 큰 불행이 암시되는 '예고화', 한 무명작가가 신흥종교 신자들의 시설에서 야간 경비를 하며 목격한 괴이한 일을 다룬 '모 시설의 야간 경비', 할머니의 부탁으로 찾아간 타지의 집에서 무서운 것을 불러내고 만 '부르러 오는 것', 비 오는 산책로에 차례로 나타나 괴담을 들려주는 사람들을 목격한 북디자이너의 고백 '우중괴담'. 다섯 개의 괴담에 순식간에 빨려 들며 긴장하는 사이, 작가의 소회가 훅 덮친다. "그것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이상한 사건을 소설로 쓴 작가, 혹은 이 작품을 본 편집자나 독자가 있는 곳으로 그것이 찾아가는 일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