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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출간 후 알라딘 독자가 선정한 한국문학의 얼굴들(2021년)에 선정되기도 한 정현우의 두 번째 시집. 41편의 소멸의 시와 이 이미지의 시작점에 대해 적은 한 편의 에세이를 더해 핀 시리즈로 독자를 만난다.
고양이 묘묘의 가벼운 몸을 안고 "죽음이 이리 가벼울 수 있구나. 이미 할머니의 몸에서 마음이 떠나갔음을 엄마와 나는 알았다." (137쪽)라고 적던 그 날의 무게를 다시 떠올린다. 나의 할머니와 반려동물들이 하나같이 들어간 상자 속. 밤처럼 어두울 그 상자 속을 상상해본다. 소멸하는 밤 같을.
죽은 몸을 껴안고 묻힌 자리
위로 눈을 내리는 겨울의 마음을
귀 기울이다 마는 것뿐임을
<겨울의 기도> 부분
소멸한 자리에 아직 남은 마음이 있고, 그 마음에 귀 기울이려는 시도가 있다. 겨울이 가고 있다. "이 꿈을 지키려 자꾸 눈 감는 겨울"(140쪽)을 보내며 사라지는 소리에 귀를 맞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