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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고 나면 그 사실은 돌이킬 수 없다. 억울하거나 비극적인 죽음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신경쓰지 말고 앞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만큼 아까운 때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는 한, 그 사람의 마음은 애도를 필요로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과거를 떠나보내는 데에는 절차가 필요하다. '납득'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떠나보내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슬픔에 물음표가 붙으면 그 슬픔은 흘러갈 수가 없다. 범인을 찾고 시신을 수습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종료'되기 전에는 슬픔은 온전히 슬픔이 되지 못한다. 냉혹하고 어리석은 이들의 논리에 따라 죽은 사람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면, 그 죽은 이를 사랑했던,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도나 타트의 <작은 친구들>은 이 해결되지 않은 슬픔에 대한 탐구다. 집 마당에서 목이 매달려 죽은 아이가 있고,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한 채 미결로 남는다. 가족들은 그 슬픔과 자책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실상 무너져 버렸다. 소설의 주인공 해리엇은 사건 당시 갓난아기였던 가족의 막내다. 사건 후 12년이 지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자리잡은 해리엇은 겉모양만 유지한 채 붕괴한 가족의 삶을 되찾기 위해 오빠를 살해한 범인을 찾으려 한다. 오직 진실만이, 그때까지 자신의 삶 전체를 장악한 이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해리엇이 탐문과 추리와 여정을 통해 밝히려는 것은 범인의 정체지만, 이 여정은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진실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신의 방법으로 미스터리에 맞서는 해리엇의 이야기는 꽤 느리고 자주 망설이지만, '슬픔을 쟁취'하려는 이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스릴러의 근사한 템포로 뽑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의 느린 템포를, 이야기 속의 그 작은 망설임과 의심들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