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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를 타는 할머니가 넘어졌다. 윤성희는 훔친 킥보드를 타고 밤마다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도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어느 밤>이라는 소설에 담아냈다. 다 키운 딸은 미국에서 유학중이고, 남편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아침밥을 함께 먹기를 피하는 노년의 여성.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시달리고, 몸을 쓰는 일을 하느라 여러 번 다치고, 시댁 동생 빚을 갚아주었던 그의 삶은 우리가 잘 알 수도 있는 이야기이겠으나 그가 흥얼거리는 노래가 무엇인지, 그가 외우는 시가 무엇인지, 거북이 스티커가 붙은 채 놀이터에 방치된 킥보드를 훔친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의 긴 인생을 담아내기엔 너무도 짧은, 호흡이 긴 문단으로 자신이 지나온 시대를 바라보는 한 여성의 이야기. 비극의 일상성을 명랑하고 수수하게 묘사하는 윤성희 소설의 힘으로 한 여성의 삶을, 구조되었어야 마땅한 그의 삶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김승옥문학상이 새롭게 독자를 찾는다. 새로움보다 더 새롭게,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의 서재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7편을 뽑아 소개한다. 올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윤성희,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로, 윤성희가 <어느 밤>으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