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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작가의 첫 책 <젊은 ADHD의 슬픔>을 접한 독자라면, 위트 넘치게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실패의 목록들에 관한 에세이를 담은 이번 신작에서 다시 착착 붙는 글맛을 발산할 뿐 아니라, 몇 번을 실패해도 뚝딱여도 절망하거나 넘어지는 법 없이 오똑 일어서는 작가다움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작가에게 실패란 것은 어둡고 축축한 기운을 품은 잿빛이 아니라, 모두 다른 빛을 가진 형형색색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빨개졌다가 까매졌다가 노래졌다가 하얗게도 변하는, 일상과 일터에서의 여러 실수 혹은 실패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결혼할 바엔 도토리를 줍겠습니다’ ‘계단에서 구르며 괜찮음을 배웠다’ ‘동물농장에서의 혼술’ 등 심상치 않은 목차의 글들이 요절복통하게 만드는데, 웃다가도 마음을 뭉근하게 잡아 끄는 묵직한 문장이 곳곳에 들어 차 있어 밑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게 만든다. 실패를 떳떳하게 기록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법이 아닌, 실패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기분 좋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