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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난(?) 통계 자료를 읽었다. 드라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 가운데 여성이 54.1%, 남성이 45.9%인데, 갈등을 해결하는 인물의 성별은 여성이 39.1%, 남성이 60.9%라는 기록이다. 문득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이 떠오른다. 수십 권짜리 세트로 구성된 위인전 가운데 여성 인물은 손가락을 채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시대가 바뀌어 위인전의 구성은 달라졌겠으나,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통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과거는 어떨까.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 문명은 열렸으나 여전히 근력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남성이 역사의 주된 역할을 맡았고 여성은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맡았으니, 역사를 균형 있게 서술한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게 온당한 걸까? 이 책은 이런 생각들이 “여성에 관한 기억을 지우려 한 남성들의 전략”이라 지적하며, 그 때문에 역사에서 사라진 여성들을 최대한 살려내려고 노력한다. 그저 여성이라는 집합명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름과 행위를 밝히고 기록하려 애쓴다. 덕분에 새로운 진실 위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최대한의 역사를 써나갈 넓은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 바탕 위에서 훨씬 많은, 성별이 무엇이든간에 훨씬 많은 존재가 함께하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쓰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