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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의 여성들. 그들은 감지하는 사람들이다. 어쩐지 먼저 알아채는 사람들, 스산한 기척에 뒤돌아보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계에는 때론 '고딕/미스터리'로 표현할 만한 어떤 징조가 존재하기도 하고 (<손>, <화이트 호스>) 때론 평범한 시댁, 화려한 저택으로 표현되듯 징조랄 게 없이 '평범'하기도 하지만 (<음복>, <오물자의 출현>) 이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전율'을 선사한다. 전율, 긴장감, 다시 말해 스릴. 그런 의미에서 강화길의 소설은 '스릴러'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편혜영의 말대로 '어째서 누군가에겐 두렵고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은가. 이 기울기와 낙차는 왜 여전한가.'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권여선은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강화길의 소설에 대해 말한다.
한 가족을 둘러싼 은밀한 겹을 단 하룻밤의 제사로 알아채고 만 '세나'의 이야기로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이 수상작 <음복>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독자를 만난다. "그래서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면 그녀는 아니라고 하겠지. 이렇게 말하겠지. 너무 예민하신 것 같아요." (<화이트 호스> 중) 강화길의 소설이 다다른 곳은 거대한 구조 앞이다. 소문, 험담, 부당한 인식, 차라리 착각이었으면 싶은 순간들. '5학년 담임 김미영 미친년' (<손> 中)이라고 화장실 거울에 적힌 커다란 낙서 앞. 이런 악의가 사실인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너무 '예민'해서 잘못 본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순간. 이 예민한 사람들이, 알아챈 사람들이 바짝 긴장한 채로 어제와는 다른 세계를 어제와는 다른 눈으로 마주한다.
표제작 <화이트 호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인용하며 전개된다. "나는 네가 이끌어줄 사람이 아니야. 나는 공주가 아니고, 이건 동화도 아니란다. 나는 너의 화이트 호스가 필요 없단다." (<화이트 호스> 중) 2008년 이렇게 노래하던 소녀는 2009년 VMA에서 무대에 난입한 칸예 웨스트가 무례한 해프닝을 벌이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무대에 서있었다. 그리고 2017년, 4년 전 레드 투어를 진행하며 당한 성추행 이후 오히려 자신을 고소한 가해자에게 단 1달러를 손해배상금으로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내게 진실된 이야기였고, 그래서 썼다." 라고 말하는 소설 <화이트 호스>속 소설가처럼, 어떤 알아챈 여성들에겐 자신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 이야기를 강화길이 쓴다. 2020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한국소설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경험의 한 단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