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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이고 이벤트고 사실 좀 호들갑스러워 보이긴 한다. 이런저런 '데이'들이 대체 나와 무슨 관련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삶이 밋밋한 시간의 연속인 것보다는 작은 의미들로 시침질된 편이 당연히 낫다고 생각한다. 텅 비어 보이는 이름에도 의미를 붙이면 관계가 생긴다. 그러니까,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굳이 '책에 관한 책'을 읽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자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해봤다.
그리고 세계 책의 날에 읽기에 마침 딱인 책이 출간됐다. 일본 츠타야 서점, 인문 분야의 북 컨시어지인 저자가 200권의 책에 대해 말한다. 1500개 지점을 가진 츠타야에 북 컨시어지는 딱 13명이라는 정보까지 들으면 책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저자는 우리 삶에 대한 일곱 가지 주제를 정해 이와 관련한 책들을 성실히 엮어 소개한다.
책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과 미출간 된 책이 고루 섞여 줄줄이 등장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소개를 위한 소개가 아니라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에 책들이 자연스레 돌돌 풀려나오기 때문이다. 단정한 필체로 담백하게 이어지는 글은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흘러넘치는 책에 대한 벅찬 애정, 이것만으로도 올해 세계 책의 날에 의미를 담아내기엔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