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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기업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은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캠퍼스가 아닌 컴퍼니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맞춰 예비 직업인을 양성해야 하고, 대학 조직의 구성과 운영 역시 사회 흐름에 발맞춰 기업의 기준과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은 학생에게 선택받을 수 없고, 학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기업과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결국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이런 대학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묻고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전작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서 자기계발 권하는 광기의 사회가 어떤 인간상을 창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회학자 오찬호는, 취업사관학교, 영어 숭배, 대학의 기업화를 거쳐 ‘죽은 시민’을 만들어내는 오늘 한국 대학의 실상을 고발한다. 그가 목도한 건 대학의 죽음이 아니다.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뚜렷한 방향을 정했고, 이 책이 말하는 비판과 고민보다 몇 배, 몇십 배나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 이 책이 소극적으로는 속도 제한 표시판으로, 적극적으로는 빨강 신호등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거침없는 진격을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알고 부딪히는 게 모르고 부딪히는 것보다는 충격이 덜하다는, 최소한의 적극적인, 최대한의 소극적인 태도로라도 오늘 한국대학의 현실을 살펴보시라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