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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은 아쉽다. 단독 작품집인 소설집 <타워>를 출간하며 SF 읽는 독자와 만나기 시작한 소설가 배명훈이 7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다. 재주 많은 소설가의 세계관을 다채롭게 즐기고 싶은 독자를 위해 아홉 편을 가득 실었다. 오직 돈 쓰는 재주만 있는 로봇, 침이 튀지 않도록 파열음을 봉인해버린 '차카타파' 없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미래과거시제' 속 연인들, 흡사 수궁가를 부르는 듯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판소리 로봇 전투까지. 언어학과 3차원을 넘나들며 쌓아 올린 이야기가 만족스러운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최지수 작가가 그린 표지 만다라의 다양한 장면은 각 소설의 장면을 그린 것.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처럼, 전체도 아름답지만 해석하면 또 재미있다. 곽재식, 권희철, 김겨울, 김초엽, 이다혜, 정보라, 정세랑, 정소연이 추천하는 글을 실어 만개한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배명훈이 뛰어난 소설을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점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이 소설집이 웃겨서 좋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종이 접기로 몸을 접어 3차원을 초월하겠다는 귀여운 발상. '아 , 돈 쓰고 싶다.'(52쪽)라고 혼잣말 하는 로봇.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발표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에서 파열음을 내지 못하는 '나'는 "세상에, 누군가가 짐을 뱉었던 것이다! 그것도 선수가! 경기 중에!"(71쪽) 라고 말하며, '불결한' 2008년의 야구장을 보고 경악하고, 뮤지컬 공연을 하며 침을 쏟아내는 배우를 보고서는 '뭐지, 이 사람? 드래곤인가?'(79쪽)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다르게 보는 눈이 만든 다른 세계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피식 웃는 경험, 때론 소설은 딱 이만큼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