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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날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난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열중하지만 요코에게는 이미 미국인 약혼자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마키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요코 또한 바그다드를 취재하던 도중 테러사건을 겪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기 시작한다. 결국 두 사람은 머나먼 이국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데…
이런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일본 소설이라고 하면 대략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다. 감성적인 캐릭터들과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로맨스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사랑' 소설들이 많았다. 그러나 히라노 게이치로는 다르게 썼다. 세계 각국의 정세와 그에 얽힌 문제들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예술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꼬리를 문다. 말하자면 인생이, 두 주인공으로 하여금 오로지 사랑에만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든다. 언제나 인생이 사랑보다 크다. 소설의 두 주인공 역시 그 사실을 알 만큼 충분한 세월을 살아 왔다.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경험을 통해 대략 알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문제는 그 경험과 반성 때문에 생겨나기도 한다.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고, 최소한 바보같은 방향으로는 빠져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계산이 빗나가는 순간이 있다. 인생보다는 작은(또는 작아야 했던) 사랑이 인생을 잠식해갈 때, 그간 쌓아 온 많은 신념과 믿음들은 밀물 속에 잠겨들고 삶은 다시 알 수 없는 것이 된다. <마티네의 끝에서>는 이런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더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