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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는 5월 말, <경애의 마음>은 6월 중순에 독자를 찾았다. 김금희라는 소설가가 독자를 찾은 계절과 함께, 이 소설들을 생각하면서 '여름'을 떠올리는 건 과한 해석은 아닐 듯하다. 사십대에 쓴 소설을 엮으며 소설가 김금희도 작가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서 있는 지금은 8월의 끝자락쯤 될까 (...) 이제 나는 적어도 어떤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다."
김금희의 독자인 우리도 이제 여름에 대해 읽을 준비가 되었다.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 여름의 공기를 기억한다. 나와 기오성과 강선이 함께하며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를 정리하던 그해 여름의 새벽 밤 공기 같은 것.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정치논객으로 활동하다 소식이 끊긴 기오성과 엄마의 암투병을 겪으며 연구와 강의를 하는 나의 길은 이제 너무나 멀어져버려 다시 교차하지 않을 수 있으나, 사랑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그 순간의 기억은, '연속적으로 환기되는 오래전 여름들'(174쪽)만큼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에서 발생해 어디로 흘러갈까. '페퍼로니'라는 말을 소리내어 발음해 본다. 입술이 두 번 부딪치며 발생하는 이 재미있는 말의 어감과 함께 우리는 아득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기억을 더듬는다. 재수생인 나와 의대생 장의사의 한 철, 라페스타와 일본식 우동집으로 기억되는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부터 명문대에 입학해 집안에 파란을 일으켰던 이종사촌 <초아>를 만난 후 그의 다른 결을 접하고 '만월의 여름밤을 달려 여전히 상경중'(305쪽)인 그 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여름의 기억. 나의 무른 마음을 질책하고 '나쁜 상태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견고해져야만'(14쪽) 한다고 생각했던 그해 여름의 우리를 이 소설과 함께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