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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현장에서 도주했다. 범인은 성형수술을 받으며 지속적인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전역이 이 도망자 때문에 시끄럽다. 현재의 얼굴을 알 수 없는 살인자가 어딘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분노>는 이렇게 '낯선 남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 낯선 이들을 마주한 사람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지바 어촌에서 일하는 마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 앞에는 과묵한 청년 다시로, 도쿄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동성애자 후지타 유마 앞에는 게이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나오토, 엄마와 오키나와의 외딴섬으로 이사해 민박 일을 돕게 된 고미야마 이즈미 앞에는 다나카라는 남자가 각각 나타난다. 언론 보도는 선정성을 더해가고 살인범은 점점 더 위험한 인간처럼 보이는데, 갑자기 우리 동네에 등장한 낯선 남자는 좀처럼 어떤 인간인지 알 수가 없다. 무지는 곧 공포를 발명해낼 것이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그를 대체할 뭔가를 만드는 쪽이 손쉽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적'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심리 속에 숨어있는 어두운 특성을 조용히 비추어 보여준다. <분노>는 페이지는 빠르게 넘어가지만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 묘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