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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봐야 안다고 했더랬다. MS의 스티브 발머가 아이폰을 무시했던 일화,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의 앞날을 예견하지 못했던 일, 모스가 전신기를 만들고도 전화를 떠올리지 못한 것, 축음기가 오디오로 발전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에디슨. 당대 최고의 기술을 만들고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기하급수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론이 공원을 날고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는 것은 알겠는데, 지금 내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원서 제목 'Whiplash'가 독려와 재촉의 의미였다면 번역서 제목 '나인'은 이것이 생존의 문제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홉수, 내신 9등급, 각종 교향곡 9번 같은 것들을 열거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저자들이 미래 대응 원칙을 일부러 아홉 가지로 제시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우리의 뇌가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선지자들처럼 세기의 발명가가 될 것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버스가 떠났는지 오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라면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