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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물류창고> 이후 4년이 흘렀다. 이수명의 여덟 번째 시집과 첫 산문집이 2022년 봄 동시에 출간되었다. 산문집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시선도 존재하지 않고, 나의 관념도 존재하지 않고..." (42쪽,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 2018년 출간된 시론집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감추어진 것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감추어진 어떤 것을 찾는 것이 우리의 관념이다..." (41쪽, <표면의 시학>) 물류창고라는 동명의 시 열편이 수록되었던 2018년작 <물류창고>처럼, 2022년 출간된 <도시가스>에는 일련번호 없이 수록된 여섯 편의 <도시가스>가 있다. 시는 각각의 도시가스를 구분하지 않고 흐른다. '부드럽고 / 온화하고 / 은은하게 / 순조롭게' 우리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는 가스처럼.
2022년 시집 <도시가스>에 수록된 <물류창고>에서 그는 '창고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8쪽) 또 그는 <물류창고>에서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늘 꽂혀 있기만' 한 것을 보고 '한 권을 꺼내 한 부분을 늘 읽'는다. (35쪽) 아무의 사람도 아닌 우리가 특정되지 않는 공간의 구획 사이를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닌다. 우리에게 우리가 우리이게 하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가? 이수명다운 감각의 연쇄가 스스로가 놓인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