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 eBook | 알라딘 직접배송 중고 | 이 광활한 우주점 (1) | 판매자 중고 (7) |
13,500원 | 출간알림 신청 | - | 7,300원 | 6,900원 |
* 책상태: 사용감 없는 깨끗한 책입니다.
* 책소개: 김용락 시인의 소개글
사기의 인간학』의 저자인 배남효 형을 처음 만난 건 1994년경이다. 그때 나는 30대 중반으로 문화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고심할 때이고, 30대 후반인 배남효형은 울산에서 하던 노동운동을 접고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고향인 대구에 막 올라온 때였다. 그는 지역의 명문인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으로 징역을 살고 나와 노동운동을 하다가, 1989년 소련의 붕괴 후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세기적 상황에 조응하여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구에 온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주도하여 만든 '참여와 개혁을 위한 시민모임'에 참여하면서 후배로서 그와 급속도로 가까워 졌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데, 특히 정치정세나 인생살이의 곡절을 이야기할 때 매우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유효적절한 비유로 상대방한테 설득을 얻어내는 그 점에 매료돼 나는 그에게 푹 빠졌다. 그런 애늙은이 같은 정신의 배후에 그가 감옥에서 부터 읽은 사마천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지 않았다.
당시 내 주위에 사마천을 자주 언급하던 이로 재야의 현자인 경북 봉화의 전우익(1925~2004) 선생을 들 수 있는데, 지주 집에서 태어난 서울의 좋은 학교를 다녔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불우하게 지냈던 것처럼, 우수한 머리로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세속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표표히 유전하는 배남효 형의 모습에는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겹겹이 겹쳐있었다.
말하자면 배남효 형은 자신의 말처럼 사마천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마천을 단순히 독서를 넘어 자신의 인생으로 체험하며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시를 한 편도 쓴 적이 없지만, 혁명가와 시인의 삶으로 인생을 살아온 글쓴이의 고결한 정신, 인생을 보는 도저한 관점,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인간들의 비루한 삶에 대한 너그러운 관조와 애수 등등...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기존의 많은 사마천 해설서와는 아주 다른 특별한 향기와 즐거움을 주고 있다.
- 김용락(시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