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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한국사회에서는 혐오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구도는 간단하다. 한쪽에서는 그것이 혐오표현이라 지적하며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와 상황이 있으니 이것은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억압과 차별을 받는 쪽에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혐오표현이라는 걸 알지만, 다른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그것이 혐오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벌어진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다.
법학 연구자이자 관련 이슈를 꾸준히 살펴온 홍성수 교수도 혐오표현을 둘러싼 구체적 현실을 마주할 때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법과 철학의 논쟁을 넘어 해당 표현이 쓰이는 사회의 맥락, 해당 표현을 말하는 이들과 듣는 이들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고, 대체로 피해를 받는 쪽에 처하는 소수자의 감각과 경험은 머릿속의 짐작보다 엄혹하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책은 그만큼 복잡하고 그만큼 쉽지 않은 상황을 돌파하고 타개해보려는 ‘책임감 있는 사회인’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다. 법학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혐오표현 금지와 허용을 둘러싼 논쟁의 근거들을 분석하고,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혐오표현의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 이 문제를 거쳐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일관되게 펼쳐진다. 차별과 폭력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가는 방법뿐 아니라 태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민 교양의 훌륭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