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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에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잘못 걸려온 전화에 부부는 잠이 달아나버리고, 잠이 깬 김에 담배에 불을 붙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전화기가 울렸을 때 꾸고 있었던 꿈, 뉴스에서 본 끔찍한 사건에서 지금까지 서로에게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시곗바늘은 세시에서 일곱시로 흘러간다. 어느덧 현실의 햇빛 아래 출근할 시간. "작고 해로울 것 없는 꿈과 잠에 겨운 새벽의 이야기"가 이끈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이면서도 어쩐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장소로 와버린 듯한 느낌이다.
삶에서 어떤 어긋남을 눈치채는 순간들과 그럼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지나치는 마음. 작가의 시선은 그 작지만 거대한 순간을 향한다. “그냥 이걸 견디며 살 거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이미 견디고 살았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면을. 표제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부터, 레이먼드 카버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내게 그토록 큰 의미였던 작가에게 오마주를 바칠 기회를 얻었다."라고 언급한 안톤 체호프의 죽음에 대해 쓴 생애 마지막 단편 '심부름'까지. 국내 초역작과 절판되어 만날 수 없었던 카버의 단편소설 11편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