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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성불사로 향한 미와. 미국으로 떠난 어머니는 그녀에게 죽음을 전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떠났다. '왜'를 찾을 수 없어 '왜'가 없는 곳으로 향한 그는 노트와 연필만으로 담백한 기록을 잇는다. 늘 같되 같지 않은 된장국의 맛 같은, 무미건조하고 깊은 하루가 지나고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이 그녀를 맞는다. 물음 없는 물음에 정갈한 연필 글씨로 더듬더듬 답하는 사이, 풍경소리 같은 깨달음이 이미 와 있다.
'쓰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즉각 존재를 환수당하는', '쓰되, 다른 것이 아는 소설을 써야 하는 것'을 되뇌는 등단 30년차 소설가 구효서가 2017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함께 실린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을 읽다보면 오전 아홉 시에 출근, 오후 여섯 시에 퇴근. 소설을 계속 쓰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삼천리호 자전거를 타고 작업실을 오가는 소설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깊고 섬세한 소설의 세계가 새삼 반갑다. 김중혁, 이기호, 윤고은, 조해진, 한지수의 소설이 우수상을 수상해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