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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본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유나는 생각했다. 주인공인 승무원이 플라이트 백을 놓고 나왔다가 하루 종일 '미스 플라이트'라는 놀림을 받는 장면. 미스가 '놓쳐 버리다'인지, '미혼 여자의 성 앞에 붙이는 호칭 또는 지칭'인지를 유나는 궁금해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승무원이 된 유나는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 자살하고 만다. 딸을 '놓쳐버린' 아버지 '정근' 앞에 유나의 진실로 향하는 문이 놓여 있다.
정근은 도무지 좋아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전라도 사람이지만 한 번도 그 사실을 드러낸 적이 없고, 외려 그들에 대한 대한 혐오를 자랑스럽게 드러냈던 사람. 전직 공군 대령인 그는 방산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불명예스럽게 제대했다. 가해의 삶을 살던 그가 5년차 승무원이었던 딸 유나의 피해의 기록을 마주한다. 평생 자신을 지탱해온 삶의 방식을 버리고 아버지에게 '똑바로 살라'고 말하던 딸 유나의 삶 깊숙한 곳으로 가닿을 수 있을까. 두 여성의 선택의 순간에 관한 작품 <세실, 주희>로 2018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민정의 첫 장편소설.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 등의 뜨거운 문제를 신중하게 엮은 소설을 독자 앞에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