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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처음 발표된 고전부 시리즈는 올해로 17년차에 이르렀다. 물론 고전부원들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고교생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어쩌면 작가가 종결을 선언하는 그날까지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까. 소년 탐정 코난이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에 등장하는 형사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고전부의 시간은 느리긴 해도 확실히 흘러가고 있다. 이번 단편집은 주인공들이 고교생활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까지를 다룬다. 고교생활의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17년이 걸렸으니까 현실 세계(?)에서 앞으로 17년쯤 더 지나면 호타로와 친구들은 졸업할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고교생들은 아직 젊어서 이들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른다. 이 어리고 젊은 친구들은 아직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한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가능성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들의 현재를 두 배 세 배로 증폭시킨다. 현실은 여러 가능성의 숫자만큼이나 여러 차례 체감된다. 스스로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의 가능성 앞에서 망설이는 고전부원들은 이제 새롭게 발견한 과거와 오늘 해야 할 결심과 그 결심들이 초래할 미래들을 모두 떠안은 채 느린 발걸음을 내딛는다. 입학한 뒤로 겨우 일년 반이 지났을 뿐이지만 고전부원들은 모두 겉보기와는 달리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어쩌면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나'의 오늘이 그렇게 짧을 수는 없겠다. 고전부의 독자들은 이 고민들을 오래도록 함께 바라봐오고 있다. 우리의 어떤 일 년도 마치 십 년처럼 많은 것들을 감당해 왔던가를 생각하면서.
시리즈의 전개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지만 고전부는 여전히 고전부의 본분을 지키고 있다. 추리소설의 고전적 플롯을 충실히 따르는 단편들이 깔끔한 전개에 담겨 있고, 사건 틈틈이 펼쳐지는 풍경과 단상들은 조금 지친 주인공들을 쉬어가게끔 돕는다. 이 시리즈는 확실히 자신의 스타일과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이대로 아주 오래 호타로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